책과 나의 이야기 13

콜리는 용감했고 나는 비겁했다.

천 개의 파랑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들, 엉망진창인 자본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들을 천선란은 다정함과 우아함으로 엮은 문장의 그물로 가볍게 건져 올린다. 그의 소설은 희미해진 이들에게 선명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락사당할저자천선란출판허블출판일2020.08.19 나의 마음 한 구석엔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가.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니오.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고 무엇을 가져다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연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소년이 왔다.

소년이 온다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즈),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들저자한강출판창비출판일2014.05.19  그녀가 옳았다. 그녀가 구하고자 했던 현재가 구원받았다. 처절하고 비참하고 아팠던 과거가, 왜 그런 일이 여기서 일어났는지 원망스러웠던 과거가 지금의 우리를 구했다. 우리를 살렸다. 그 끔찍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

지나고 나면 알게되는 것들

어린 왕자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비추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어린 왕자』. 그동안 프랑스어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력, 예리한 문학적 통찰을 고루 갖춘 번역으로 문학 번역에서 큰 입지를 굳혀 온 황현산. 그는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원전의 가치를 충실히 살린 한국어 결정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작품저자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출판열린책들출판일2015.10.20  나이를 먹을수록 미련이 커진다.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회한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현실을 잠식할 때도 있다. 어린 왕자가 장미와의 관계에서 느낀 뒤늦은 후회는 차곡차곡..

비상체재 속 평안함을 느꼈던 단 한사람

리보와 앤재난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는 시스템 앞에서, 한 번도 자신이 어떠한지를 먼저 표현해 본 적 없는 리보가 도현이가 알려 준 방법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절망을 선택하기 더 쉬운 상황에서 간절하게 ‘연결’을 향해 나아가는 리보와 앤과 도현을. 여러 번 곱씹게 된다. ‘어린이 자료실’ 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앤에게 “로비에선 아이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며 리보가 어린이 자료실 밖으로 앤을 이끄는 장면을, 잠든 앤을 깨우기 위해 안저자어윤정출판문학동네출판일2023.01.31   소설 속 리보와 앤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리보는 도서관을 안내하고, 책을 검색하고, 추천하고, 사진도 찍어서 SNS에 보내주는 일을 한다. 리보는 사람의 표정을 스캔하여 감정을 ..

진심으로 멋진 신세계입니다.

멋진 신세계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 지배하고 인간의 추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금세기에 미래를 가장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의 대가인 안정효의 최신 완역판으로, 오역을 최소화하고 원서의 표현에 충실히 따랐으며, 더욱 세세한 설명과 뛰어난 문학적 표현으로 고전 작품을 읽는 참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족저자올더스 헉슬리출판소담출판사출판일2015.06.12  반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소란도 피우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 문제를 일으킬만한 담력도 없는 ..

플랑크,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세계를 바꾼 과학적 인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유럽 최고의 과학사가로 꼽히는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자연과학적 이론과 인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준다. 저자는 자연과학을 보다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인물'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각 분야의 이론과 지식, 연구방법을 인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은 세기의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했던 이미지와 비유들을 보여준다. 특히 인문학저자에른스트 페터 피셔출판들녘출판일2009.01.12 플랑크는 말했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여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반대자들이 서서히 모두 소멸하고 처음부터 그 진리에..

현실에도 좀머씨는 존재한다.

좀머 씨 이야기(2판)(양장본 HardCover)원색 삽화와 함께 엮은 독일작가의 중편소설.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저자파트리크 쥐스킨트출판열린책들출판일2008.05.10  처음엔 왜 그렇게 연결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은 밝은 이야기 일 줄 알았다. 단순히 두 글자의 외국이름이라는 공통점이라는 것 때문일까? 좀머 씨라는 사람의 엉뚱한 면모와 매력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나’라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가 자신의 나무 타기 이야기로 시작했고, 아이의 눈으로 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인간

팩트풀니스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세계적 역작!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 침팬지는 33%. 우리는 왜 침팬지를 이기지 못하는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세상의 참모습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저자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출판김영사출판일2019.03.10   인간은 구분 짓기를 좋아한다. 특히, 이분법적 구분을 선호하는데 이유는 간단해서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 백인과 흑인, 블루칼라와 화이트 칼라, 잘사는 사람과 ..

대체 난 지금까지 뭘 한걸까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무기력해진 마음에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의욕과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고, 잃어버린 삶의 의욕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배우의 이야기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무기력해진 나에게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며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과 내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고, 저자가 직접 겪은 사연을 통해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다면 삶은 무기력해진다. 불안함저자글배우출판강한별출판일2019.09.04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겁쟁이 었던 20대, 겁쟁이로 살아온 대가를 치렀던 30대에 글배우의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나로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과는 달리 ‘살아간다’는..

'감정'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작가의 스테디셀러 《한 스푼의 시간》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아가미》, 《파과》 등에 이르기까지 구병모 작가는 도발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 신선하면서도 생생한 캐릭터들, 발군의 문장 그리고 위로와 치유의 서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축을 담당해왔다.《한 스푼의 시간》은 세탁소에 살게 된 ‘소년 은결’이 유한한 인간의 시간 속 숨겨진 삶의 비밀과 신비함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려내면서 새로운저자구병모출판위즈덤하우스출판일2016.09.05   ‘음, 남자 소설가이구나.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가 봐.간지럽도록 여성스럽거나 치밀하게 세심하진 않지만 잔잔한 섬세함과 따뜻함이 있어.’ 이 책을 다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그런데,..